예수님 말씀으로 행복하고 온전해지는 예수참영성원
안토니오는 마귀가 자기에게 졌다는 것을 핑계 삼아 태만해지거나 자만심에 빠지는 일이 없었습니다. 마귀가 패배하기는 했지만 계속 그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마귀는 안토니오를 덮치기 위해 사자처럼 맴돌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성경을 통해서 원수의 계략이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마귀가 자신을 유혹하지 못한다면 죄라는 것은 마귀의 친구이니까 다른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다시 유혹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꾸준하게 수덕 생활을 계속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덕을 닦는 데에는 성공할 수 있으나 또 다른 덕행에는 실패할 수도 있기에 안토니오는 점점 더 자기 몸을 매질하여 스스로를 종처럼 다스려 나갔습니다. 또한 더욱더 엄한 고행으로서 자신을 단련시켜 나갔습니다. 이런 안토니오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가 그 일을 어떻게 해낼까 하고 염려하며 지켜보았는데 안토니오는 수월하게 그 일을 해냈습니다. 또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열성 때문에 그것이 하나의 좋은 습성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가 외부로부터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것을 실천에 옮기려고 애쓰곤 하였습니다. 이따금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세우며 기도를 하곤 했는데 이렇게 자주 기도하는 것을 보고 모두들 감탄하였습니다.
식사는 하루에 한 번 그것도 해가 진 뒤에 하였고 이틀에 한 번 하는 때도 있었으며 어쩌다 나흘에 한 번 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거기에다가 먹는 것은 빵과 소금뿐이었고 맛있는 것 역시 물뿐이었습니다. 잠자리는 돗자리 하나면 그만이었고 대개는 맨 땅에 누워 자기가 일쑤였습니다. 안토니오는 기름 사용은 수석 생활을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에게 몸을 유연하게 하기에 매우 좋다며 사용을 권장했지만 자신만은 일체 기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약해졌을 때 오히려 나는 강하기 때문입니다란 말씀을 늘 묵상하였습니다. 그는 육신의 쾌락이 적으면 그만큼 영혼의 힘이 강해진다고 말하고 신기할 만큼 그 말씀대로 살았습니다.
그는 살아온 과거는 모두 잊고 그저 하루하루 수덕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처럼 바울 사도의 다음 말씀을 계속 되새기며 진보에만 열성을 기울였습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고 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갈 뿐입니다. 또 엘리야 선지자의 다음 말씀도 생각하곤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살아 계시고 그분 앞에 나는 오늘을 살고 있노라. 그는 날마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언제 나타나도 좋을 만큼 마음을 순결하게 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자세를 갖추기 위해 무척 애를 썼습니다. 안토니오는 수덕자는 언제나 위대한 엘리아의 모범적 행동을 거울삼아 생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곤 하였습니다.
이처럼 자신과 싸워 이긴 안토니오는 자기 친구 하나에게 가끔 빵이나 좀 가져달 달라고 부탁하고는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묘지로 가서 무덤 하나를 골라 그 안에 혼자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마귀는 오래지 않아 수덕 생활이 널리 퍼져 이 광야를 꽉 채우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한 나머지 안토니오를 그곳에 가만히 있게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 마귀는 자기 패거리를 데리고 들어와서 무작정 안토니오를 두들겨 뺐습니다. 안토니오는 매를 맞고 너무 아파 말도 못하고 땅에 쓰러졌습니다.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못 견딜 고통 중에 신음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로 이를 이길 수가 있었습니다. 밤이 가고 날이 새자 친구가 빵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때 그 친구가 보니 안토니오는 죽은 사람처럼 땅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안토니오를 일으켜 마을 교회에 데려다 눕혔습니다. 그러자 안토니오의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이 와서 죽은 사람에게 하듯 삥 둘러 앉았습니다. 한밤중이 되자 안토니오는 정신을 차려 깨어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었으나 자기 친구만이 홀로 깨어 있는 것을 보고는 자기 곁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여 아무도 깨우지 말고 자기를 다시 무덤에 데려다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친구의 도움으로 무덤에 다시 돌아오게 된 안토니오는 전과 같이 문을 닫고 혼자 무덤 안에 있었습니다. 얻어맞은 상처 때문에 서 있기조차 어려워 누워서 기도하였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 마귀에게 소리쳤습니다. “나, 안토니오는 여기 아직 있다. 이 상처쯤은 괴롭지 않다. 너희들이 내 몸에 더 많은 상처를 낸다 해도 아무것도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나를 떼놓지 못하리라.” 그리고 나서 다음 시편을 읍조렸습니다. “나를 거슬러 군대가 진을 쳐도 내 마음은 겁내지 않으리라.” 마귀들은 이번에는 밤중에 온 동네가 떠들썩하도록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 자그마한 무덤의 문은 거의 부서져 있었기 때문에 짐승과 파충류로 변신한 마귀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습니다. 무덤 안은 사자 곰 표범 황소 뱀 살모사 전갈 이리떼들의 유령으로 가득 찼습니다. 사자는 안토니오에게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며 울부짖었고 황소는 뿔로 들이받으려 했으며 뱀은 슬금슬금 기어다니고 이리 때도 사나운 표정으로 덤벼들었습니다. 이처럼 나타난 유령의 맹수들은 모두 소름 끼치도록 무시무시한 소리를 지겹게 지르면서 사납게 공격해 왔습니다. 이러한 소동 때문에 신심이 날카로워진 안토니오는 고통이 점점 더 가중되었지만 굴하지 않고 깨어 있었습니다. 몸은 비록 육체적 고통으로 누워 신음하고 있어도 정신만은 똑바로 차리고서 악마들을 비웃었습니다. “너희들이 그처럼 야수의 모습을 하고 나한테 온 것은 분명히 너희 모두가 힘이 없다는 증거다. 너희들이 나를 대항할 능력이 있다면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공격해 봐라. 그럴 힘이 없다면 왜 공연이 수선만 피우느냐.” “주님께 대한 나의 신앙은 우리의 보증이고 우리의 바위 성벽이니라.” 이렇게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마귀들은 결국 안토니오가 아니라 자기 자신들이 농락당한 줄 알고 안토니오를 향해 치를 떨며 분개했습니다. 그의 믿음의 투지는 마귀의 궤계를 용맹하게 물리치고 주님 안에서 승리의 깃발을 꼽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영적 싸움을 멈추지 않는 안토니오의 끈질김에 감동하셨습니다. 그러자 열려 있는 지붕 사이로 한 줄기의 빛이 안토니오에게 강하게 내려 비쳤습니다. 악마들은 어디론가 모두 사라지고 방안은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주님께서 안토니오를 찾아오신 순간이었습니다. 안토니오는 주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주님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고통 받고 있는 저에게 왜 진작 나타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자 안토니오의 귀에 이런 말이 들려왔습니다. “안토니오야 나는 줄곧 너와 함께 있었다. 나는 네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견디어 냈고 싸움에 지지 않았으니 앞으로 나는 너의 도움이 되어 주겠고 어디서나 유명한 사람이 되게 하겠다.” 이 말씀을 듣고 안토니오는 일어나 힘차게 기도하였습니다. 그는 크나 큰 위로를 받았고 자기 몸에 마귀와 싸우기 전보다 더 많은 힘이 넘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때 그의 나이는 35살이었습니다.
안토니오는 영성 생활을 통하여 하나님을 섬길 더욱 큰 열심을 가지고 혼자 산으로 향하여 떠났습니다. 이러한 안토니오의 열성을 보고 악마는 안토니오를 미혹시키고자 가는 길에 커다란 은쟁반 하나를 보기 좋게 던져 놓았습니다. 안토니오는 마귀의 장난인 줄 알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사막 길에 이런 은반이 어디서 왔단 말인가? 이것은 마귀의 장난이 분명하다. 이렇게 한다고 내 결심이 흔들릴 줄 아느냐? 네 은과 함께 네가 망할 지어다. 그러자 은쟁반은 연기와 같이 사라졌습니다.” 계속 길을 가다가 안토니오는 가짜가 아닌 진짜 금이 길에 깔려 있는 곳을 보았습니다. 안토니오는 그렇게 많은 금이 깔려 있는 곳을 보고도 불 곁을 지나듯 지나갔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금이 보이지 않는 먼 곳까지 빠른 걸음으로 달아났습니다. 결심을 더욱 굳힌 안토니오는 산을 향해 날아가듯 올라갔습니다. 강 건너에 텅 비어 있는 견고한 성체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거기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 벌레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안토니오이 이곳을 거처로 정하고 살기 시작하자 벌레들은 누가 쫓아내기라도 한 듯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안토니오는 들어오는 입구를 모두 꼭 막아버렸습니다. 빵은 여섯 달 동안 먹을 만큼만 가지고 왔습니다. 성체 안에 샘물이 있어서 밖에 나가는 일도 없었고 찾아오는 사람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안토니오는 그 성체에서 독서 생활을 오랫동안 하였습니다. 1년에 두 번만 위로부터 먹을 빵을 내려받았을 뿐이었습니다. 안토니오는 성 안에만 틀어박혀 20년 동안 누구도 만나지 않고 수덕 생활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여러 사람이 그의 생활을 본받으려 했고 끝내는 친구들이 와서 그 문을 부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안토니오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때 그곳에 온 사람들은 그를 만나보고 모두 감탄을 하였습니다. 그는 20년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음이 순결했던 안토니오는 고통 때문에 마음이 찌들거나 쾌락 때문에 부푸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즐거움도 슬픔도 없었고 사람들이 많이 오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성을 잃는 일도 없이 자연 그대로 지냈습니다. 주님께서는 안토니오를 통해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낳게 해 주시고, 마귀에게 시달리는 사람들에게서 마귀들을 쫓아주셨습니다. 안토니오는 하나님께 받은 은총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서로 화목하지 않은 사람들을 화해시켜 주었습니다. 그는 늘 세상의 사물은 무엇이든 그리스도의 사랑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타일렀습니다. 독생자도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내 새 행복을 생각하라고 권하면서 수덕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산에는 수도원이 많이 세워졌고 자신의 재산을 모두 버리고 하늘나라에 등록된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안토니오는 수도자들에게 힘을 주었고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모든 수도자들의 아버지와 같았습니다. 하루는 상당수의 수도자들이 안토니오를 찾아와 영적 이야기를 해줄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성경만으로도 우리 자신을 교화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우리가 서로 신앙으로 격려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서로에게 힘을 주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 내 아들들인 여러분들은 여러분이 아는 것을 여러분의 아버지인 나에게 이야기하고 나는 경험으로서 알게 된 것을 여러분에게 가르쳐 줍니다. 인생은 영생에 비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오.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니이다 라고 쓰여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수도 생활로 80년, 아니 100년을 보낸다 하더라도 득세하는 것은 100년이 아니라 영원히 세세에 이를 것입니다. 지상에서 싸워 이긴 우리는 지상의 유산이 아닌 천상의 유산을 받을 것이고, 썩어질 이 육신을 벗어버리고 나면 썩지 않을 또 다른 육신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아들들이여. 지치지도 말고 시간이 너무 길다거나 무슨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도 맙시다. 생각 가운데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좋게 비교할 수 없도다.
그는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어수선해지고 자기 이상이나 생각대로 은둔처에서 지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주님께서 자기를 통해서 하신 일로 오만해지거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상이 될까 두려웠습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안토니오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높은 산에 가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서 안토니오는 형제들이 갖다 준 빵을 가지고 강가에 앉아서 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안토니오야 어디로 가려 하느냐?” 안토니오는 늘 그런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별로 당황하지도 않았습니다. “모두 저를 은수자로 살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귀찮게 할 뿐 아니라 내 힘에 붙이는 일만 해달라고 해서 테바이드 산에 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다시 하늘에서 이런 말씀이 들려왔습니다. “네가 생각한 대로 정말 테바이드로 간다면 짐승들 틈에서 더 많은 아니 지금보다 몇 배의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진정 네가 은수자가 되기를 자원하거든 그때 비로소 사막 깊숙한 곳으로 가거라.” 안토니오는 다음과 같이 여쭈었습니다. “사막 깊숙한 곳이 어디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곳으로 갈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하늘의 말소리는 안토니오에게 그쪽으로 향하는 사라센 사람들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안토니오는 그곳으로 가서 그들을 만나 사막으로 같이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나님의 안배가 있었기에 그들은 기꺼이 안토니오의 청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꼬박 사흘을 걸어 드디어 아주 높은 산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산 밑에는 맑고 달며 신선한 물이 흐르고 있었고 좀 더 먼 곳에는 몇 그루의 종려나무가 우뚝 솟아 있는 들판이 가로 놓여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안배로 찾게 된 이 장소를 안토니오는 지극히 좋아했습니다. 우선 자기 동료들에게 받은 빵이 있어서 완전히 혼자서 이 산에 머물러 살 수 있었습니다. 사라센 사람들도 안토니오의 열성에 탐복하여 이곳에 올 때마다 일부러 그를 찾아 기쁜 마음으로 빵이나 대추 야자 열매를 갖다 주곤 하였습니다. 그는 자기 때문에 수고하는 이들의 피곤함과 고통 번거로움을 염려하여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농사 도구를 부탁하였습니다. 그것을 얻은 안토니오는 산 둘레를 잘 살펴 적당한 곳을 찾아서 밭을 갈고 밀을 심고 물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1년이 지나자 안토니오는 자기가 먹을 빵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서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에는 야채를 가꾸어 자기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대접함으로써 멀고 험한 길을 찾아오느라 겪은 피로를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막의 야생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와서 가끔 그가 파종하고 가꾼 것을 축내기도 하였습니다. 안토니오는 그 동물 한 마리를 살짝 잡아 안고는 다른 동물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희 중에 누구도 괴롭히지 않았는데 너희는 왜 나를 괴롭히지? 자, 그만 가거라. 주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아라.” 동물들은 그때부터 안토니오의 명령을 알아차린 듯 다시는 오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수도자들이 안토니오에게 산에서 내려와 얼마 동안 자기들을 돌봐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안토니오는 그들의 간청을 받아들여 한 마리의 낙타에 그들이 먹을 빵과 물을 싣고 함께 떠났습니다. 그들 일행이 떠나는 길은 수도원이 있는 산 밑을 제외하고는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이었습니다. 그런데다가 길을 가는 도중에 물이 떨어져 일행은 극도의 갈증으로 허덕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근처에는 물이 있을 만한 곳도 없었고 게다가 이미 탈진되었기 때문에 타고 가던 낙타도 버려두고 그들은 모두가 쓰러진 채 있었습니다. 늙은 안토니오는 그들 일행이 이런 위험한 지경에 있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면서 현장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에 가서 조용히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기도하였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그가 기도한 자리에 샘물을 솟게 하셔서 모두들 그 물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하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들은 마음껏 물을 마시고 물 주머니를 채우고 난 다음 다시 낙타를 찾아 나섰습니다. 다행히 그들은 금방 낙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목에 메인 끈이 돌부리에 걸려 낙타는 먼 길을 갈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낙타를 끌어다가 물을 먹이고는 가던 길을 다시 재촉하였습니다.
안토니오가 수도원 밖에 도착하자 그를 영적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수도자들은 모두 나와서 그를 크게 환영하였습니다 안토니오는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일들을 그들에게 일일이 다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수도원에는 기쁨이 충만하게 되었습니다. 안토니오 자신도 수도자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는 무척 기뻐하였으며 또 평생을 동정으로 살면서 다른 동정녀들의 어른 노릇을 하고 있는 자기 누이도 만나게 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며칠 후 안토니오는 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때부터 많은 방문객과 병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자신을 찾아오는 모든 수도자들을 언제나 격려하며 이렇게 타이르곤 하였습니다. 주님을 믿고 사랑할 것. 나쁜 생각과 육신의 쾌락을 멀리할 것. 잠언서에 쓰여져 있듯, 배부르게 먹어서 씩씩거리지 말 것, 허영을 피할 것, 끊임없이 기도할 것, 잠들기 전과 아침에 일어나서 시편을 읽을 것, 성자들의 열성을 본받아 언제나 계명을 잘 지키려고 조심하는 수도자가 될 것 등이다.
안토니오는 그토록 유명한 존재였지만 그는 모든 성직자가 자기보다 윗자리에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들에게 머리 숙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어쩌다 성직자들이 찾아와서 배우기를 청하면 교육상 필요한 것은 말하였지만 기도에 대해서는 자신이 도리어 성직자들에게 배우기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안토니오는 가끔 동료들에게 질문을 하여 그들의 말을 들으려 하였습니다. 그들에게서 유익한 점을 배우는 것을 은혜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이단과 교회 분리에 대하여는 단호한 마음으로 배격하였습니다. 그는 주교들의 청으로 알렉산드리아에 와서 아리오스 이단자들을 논박하기도 하였습니다. 안토니오의 명성은 황제들에게까지 들어갔습니다. 여러 황제들이 아버지에게 하는 것처럼 안토니오에게 친서를 보내며 회답해 주기를 청하였습니다. 안토니오는 황제들의 편지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으며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황제들 역시 그리스도인들이므로 그들에게 영적 유익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답장을 써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안토니오는 자신의 죽음이 다가온 것을 알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찾아온 것은 지금이 마지막이다. 이승에서 우리가 서로 다시 만난다면 참으로 이상할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을 떠날 때가 왔다. 내 나이 105살이 되어 가고 있다. 이 말을 들은 수도자들은 울면서 그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외국에 갔다가 귀국하는 사람처럼 기뻐하였습니다. 그들에게 일하는 데 게으르지 말고, 수도 생활을 굳건히 하며, 곧 죽을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살라고 격려하였습니다. 또 늘 그가 말했듯이 더러운 생각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성인이 되기 위해 앞을 다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부도덕한 아리우스 이단들과 멜레시아 이단들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권면하였습니다.
안토니오는 거처로 돌아가 15년간이나 함께 지낸 두 제자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는 기쁨에 찬 얼굴로 누워 있다가 얼마 후 소천하였습니다. 제자들은 장사를 지낸 후 스승의 유언을 따라 누구도 보지 못하게 땅 속에 묻었습니다. 그 장소는 두 사람밖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뿌리고 간 겸손의 향취는 널리 널리 지금도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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